히가시노 게이고 장편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 세상은 물리법칙이다?

 

책의 독후감을 작성한다는 것이 정말 오랜만이다.

초등학교를 다닐 적 방학숙제를 위해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날부터 부랴부랴 독후감을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어릴 적 나는 책에 대한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생때 우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일드에 빠져있었는데
그때 본 드라마중 하나가 바로
“유성의 인연” 드라마였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주연 드라마로
엄청난 충격과 설렘을 안겨준 드라마이다.

그래서 그 드라마를 검색하는 도중
원작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이라는 것

그렇게 나는 책 유성의 인연을 구매해서 읽고
이 작가의 글에 감탄하고 취해서
또 다른 책 백야행을 바로 읽어보았다.

유성의 인연은 2권
백야행은 3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다.

그만큼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었고
그것을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 긴 했다.

특히나 백야행의 주인공의 감정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가득하다.
그러니 그만큼 읽고 또 읽고
같은 책을 무한 반복하여 읽으며
감탄 또 감탄하였다.

그렇게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시험, 대학 생활 , 알바 등등
여러 가지 생활과 핑계로 인해서
책을 멀리하게 되었고

최근 다시 책 읽기에 몰두하게 되었다.
어릴 땐 알지 못했던 책의 재미를
다시 한번 더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나는 독후감을 작성하기로 결심하였다.

독후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작성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글쓰기 실력도 좋지 않아서
자신은 없지만

읽다 보면 쓰다 보면
발전해있을 나를 생각하며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 보려 한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책이다.

내용도 알지 못하고
겉표지를 봐도
무슨 내용일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작가 이름 하나 보고
구매한 책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옮긴이는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 번역가라고 한다.

내가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소설을
읽을 수 있음을
양윤옥 번역가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 책의 제목 라플라스라는 말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지구에 덮쳐 든 천재지변 등
다양한 자연 재난은 사람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물리 현상의 정보를 축적,분석,미래예측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인간이 출현한다면 어떨까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이 나타나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라플라스는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라고 한다.
(1749~1827)

“만일 우주의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뉴턴의 운동 법칙을 이용해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해명하고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다.”

“어느 순간 모든 물질에 있어서의 역학적인 데이터를
알고 그것을 순식간에 해석할 수 있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에 불확실한 것은 없어져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후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난해하다면 난해한 주장이고
현실성이 있을까 싶지만
이러한 주장을 과거에 했다고 하니
그 발상과 시대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가히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학과 살인의 비밀이 담긴 미스터리를
담아낸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더
기대감이 올라가기도 했다.

확실히 소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비유와 상황들이
여전히 신선했으며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만큼
그 인물들의 이름을 외우는데 급급한 채로
한 장 한 장 넘겨 읽어보기도 했다.


책의 시작은
주인공인 마도카의 어린 시절부터 나온다.
어린 마도카는 술을 드신 외할아버지를
마중 가기 위해서 엄마와 함께 자전거를 탄다.

그러던 중 우연히 토네이도를 만나게 되고
그 토네이도와 함께 엄마를 잃게 된다.

그 후 책은 또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책이 그렇게 친절한 편은 아니라서
내용이 바뀔 때마다
이번엔 누구의 시점인가 라는
두근거림과 함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집중을 해서 읽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불편함보다는
더 큰 재미가 기다리고 있기에
나는 빠른 상황 파악을 하려고 노력한다.

마도카는 10대 소녀가 되고
그 소녀의 보디가드 다케오가 나온다.

다케오는 과묵한 인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는 인물로 나온다.

그리고 마도카의 아버지는
뇌 의학계의 천재의사
우하라 박사

우하라 박사의 냉철한 수행비서
기리미야

증거는 없지만 날카로운 직감으로
현실을 파헤치는 형사 나카오카

그리고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고에 의문을 품은
아오에 교수

라플라스의 악마 아마카스 켄토

자신의 목표를 이룬 여자 치히로

유명한 천재 영화감독 아마카스 사이세이

등등

작중에 나오는 인물은 무수히 많다.



처음 책에서 마도카의 정체를 알았을 때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좋을까?
아무 이유 없이 좋을까?
장점만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좋지 않을까
라는 게 나의 결론이었다.


이 책의 마지막에
항상 침묵을 유지하던 보디가드 다케오에게
단 한 가지의 질문을 허락한 마도카

다케오는 묻는다.

“이 세상의 미래 말이야.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마도카는 말한다.

“그건요, 모르는 게 더 행복할걸요?”


마도카의 대답을 보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다.

아 미래를 모르기에
나는 오늘도 꿈을 꾸는구나라고 말이다.

만약 눈앞의 깜깜한 현실이 닥칠걸 안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겠는가?

내일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나는 지금 편하게 발 뻗고 오늘을 자겠는가?

그렇구나 내일을 모르기에
오늘이 설레고

앞으로를 모르기에
오늘도 도전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엄청난 살인 수사 미스터리가 아니라서
그것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전의 책들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와 현실에 대한 내용을 담아낸
이것이야말로 현실 반영이 되어있는
문학책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살인사건에 숨겨진 비밀
인물의 생각 등
반전에서 놀라움과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결국 오늘의 나 자신
미래의 나 자신을
생각하게 되는 작품 같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재미나게 쓸 수 있을까
라는 감탄을 하며 읽은 책
라플라스의 마녀였다.



작중 가장 감동을 받았던
켄토의 명대사

“당신은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중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줄게.

대다수의 범용 한 인간들은 아무런 진실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고,
그런 인간들은 태어나든 태어나지 않았든
이 세상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아까 당신이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아니야.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 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 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나가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이 장면에서 나는 무척이나 감동을 받았다.

어릴 적 나는 내 인생이 특별한 줄 알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내 인생도 드라마 같은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런 것 따위 없다고
내 인생은 특별하지 않다고
내 인생은 망했다고
좌절한 적도 있었다.

요즘 나는 자각하기 시작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 어렵다는 것을

내 인생은 이제 평범 그 자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무쓸모라는 것은 아니다.

켄토의 대사처럼
아무 재능도 가치고 없는 사람들이야 말로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말

그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평범한 하루 일지라도
아무 일이 없던 날 일지라도
그 날은 결코 무쓸모가 아니다.

나도 너도 그 모두가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을
알고 살아야 한다.